하늘아래나래

아뵹승주가 운영하는 항공전문 블로그입니다.

높게, 더 높게!

항공|조종|관제|정비/조종

2020년 6월 10일, 매우 더운 날 비행하며 배운 것

아뵹승주 2020. 6. 11. 12:31

  오늘은 2.0시간 비행을 했고, 기온은 섭씨 34º였다. 자동차처럼 시원한 에어컨 기능이 없는 조그만 경항공기에 갇혀 비행하기에는 매우 더운 날씨다.

  샌디에고에는 작년 10월에 와서 아직 여름다운 여름을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6월에 들어서고 서서히 다가오는 진짜 여름을 요즘들어 느끼고 있다. 1년 365일 내내(중간에 rainy season같은? 장마철도 있었다. 한 2월 쯤?) 거의 맑고 따뜻한 날씨를 자랑하는 'Sun' Diego여서 비행하기는 굉장히 좋은 곳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비행기가 온도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기온이 비행기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중요하고 때론 치명적이다. 기온이 높을 수록, 그리고 비행기가 이륙하는 공항지대가 높을 수록 비행기는 평소(기온 15ºC, 해수면 높이)보다 이륙하기 힘들어하고, 비행하기 위해 상승해야 하는 고도까지 올라가기 힘들어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내가 타고 있는 Piper Archer 비행기로 예전에 기온이 낮았을 때는 이륙활주거리(비행기가 공중으로 뜨기 위해 땅에서 달려야 하는 거리)가 700~800feet 정도였다면, 지금은 1,000feet 이상을 달려야 공중에 뜰 수 있다. 여기에 평소 2명 타던 비행기에 4명이 탄다면 무게 또한 증가하여 비행기는 제발 좀 띄워달라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미드 PanAm

예전에 PanAm이라는 미드가 있었다. 대학교 다닐 때 봤던 기억이 난다. 이 미드에서 여객기가 정글의 어느 한 활주로에 어떤 이유로 착륙했는데 다시 이륙하기 어려워 했다. 알다시피 정글의 매우 높은 기온과 무거운 여객화물및 승객 때문에 충분한 이륙활주거리가 나오지 않아 정글을 빠져나오기 힘들어 했지만, 일부 화물을 버리고 아슬아슬하게 주변 나무들을 스치며 이륙에 성공했다. 

이렇게 기온이 비행기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크기 때문에,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는 상승성능까지도 잘 고려해야하고 비행기 내 VSI(Vertical Speed Indicator : 상승 또는 하강율을 지시해주는 계기)의 상승율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온이 낮았던 예전처럼 '내가 그 Waypoint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빠르게 상승했었지?'라고 생각하며 비행하다가는 평소보다 낮아진 상승율 때문에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공역을 침범할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침범했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요즘 같이 더운 날씨에 비행하며 비행기가 예전과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비행하고 나면 땀으로 등이 흠뻑 젖을 정도의 더운날씨라 더 빨리 지치는것 같다. 비행하다 더위 먹지 않게 건강 잘 챙겨야 겠다. ^^

Piper Archer III - N41757